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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갈림길 (거시경제, AI투자, 장기투자)

tax822 2026. 8. 28. 14:49

목차


     

     

    주변의 경험들을 살펴보자면, 저는 지금까지 주식을 사놓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앱을 열어 확인했습니다. 조금만 빠져도 불안하고, 다른 종목이 크게 오르면 '저걸 살 걸'이라는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오건영 단장의 '부의 갈림길'을 접하면서 그 불안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어디서 틀리고 있었는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갈림길 앞에서 우리가 놓치는 것들

    2009년 3월, S&P 500 지수는 670이었습니다. 지금은 7,500 수준이니 10배 넘게 오른 셈입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직후 일본 닛케이 지수는 7,000대까지 밀렸고, 현재는 64,000을 넘겼습니다. 코로나 때 코스피 바닥은 1,400이었습니다. 이 숫자들을 지금 보면 누구나 '살 걸'이라고 말하죠. 그런데 당시 그 순간에 과연 살 수 있었을까요?

    저도 코로나 당시 1,600대에서 주식을 조금 샀다가 1,400까지 더 빠지자 겁에 질려 팔아버렸습니다. 그게 바닥이었는데도 말입니다. 문제는 종목 선택이나 타이밍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그 길을 선택한 이유, 즉 투자 근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그냥 감으로 들어갔다는 게 진짜 문제였습니다.

    여기서 거시경제(Macroeconomics)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거시경제란 금리, 물가, 성장률, 환율 등 개별 기업이 아닌 경제 전체를 움직이는 큰 변수들을 뜻합니다. 1년 전만 해도 환율 1,400원은 '이상하다'고 했지만, 지금은 1,500원이 익숙해졌습니다. 코로나 때 정기예금 금리는 1%였는데 지금은 3~4%대입니다. 이처럼 우리를 둘러싼 거시경제 환경이 완전히 바뀌었고, 이 새로운 세계에서는 새로운 판단 기준이 필요합니다.

    단군 신화의 곰과 호랑이 이야기가 여기서 꽤 날카로운 비유로 들렸습니다. 호랑이가 굴을 뛰쳐나간 건 마늘이 싫어서만이 아니라, '이걸 먹는다고 정말 사람이 될까?'라는 의심 때문이었을 겁니다. 투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길을 선택했을 때, 그 길의 끝을 믿지 못하면 중간에 반드시 흔들립니다.

    AI 시대의 거시경제, 장밋빛만은 아니다

    요즘 투자 얘기에서 AI가 빠지면 이상한 분위기가 됐습니다. AI가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경제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 AI와 생산성 향상의 연관성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생산성 향상(Productivity Growth)이란 같은 자원을 투입하더라도 더 많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뜻합니다. 볼펜을 예로 들면, 기존에 1,000원 투입으로 10개를 만들었다면 개당 100원인데, 로봇이 100개를 만들면 개당 10원이 됩니다. 가격이 내려가면 더 많은 사람이 쓰고, 그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공장이 늘고 일자리가 생기고, 결국 성장이 강해집니다. 그러면서도 생산 단가는 내려가니 물가가 오히려 안정됩니다.

    이 상황을 경제학에서는 '고성장 저물가' 국면이라고 부릅니다. 이 국면에서 투자 관점으로 생각해보면, 기업의 매출은 늘고 비용(원가)은 줄어드니 영업 마진이 크게 좋아집니다. 주식 투자자 입장에서는 꽤 좋은 환경입니다. 반면 '저성장 고물가', 즉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은 정반대입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이란 경기가 침체되는데 물가는 오히려 오르는 최악의 조합을 뜻하며, 기업 마진이 쪼그라드는 환경입니다.

    그런데 제가 이 내용을 처음 들을 때 솔직히 들었던 생각은 '그래도 그게 쉽게 이루어지겠어?'였습니다. 실제로 AI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데이터 센터를 대거 지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원자재, 반도체, 인건비 수요가 단기간에 집중됩니다. 이 부분이 단기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즉, 장기 목표는 '고성장 저물가'지만 가는 길에서는 '고성장 고물가'나 심하면 '저성장 고물가'가 중간에 나타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AI 전문가들조차 기술 발전 속도가 자신들의 예상보다 빠르다고 말합니다. 반면 투자자들의 기대는 그보다 훨씬 앞서 달려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간극이 시장의 출렁거림을 만들어냅니다. 아래 표를 보면 각 성장-물가 조합에 따라 투자 환경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고성장 저물가: 기업 매출 증가 + 비용 안정 → 마진 확대, 주식 투자에 유리한 환경
    2. 고성장 고물가: 매출 증가하나 원가 상승 압박 → 금리 인상 우려, AI 빌드업 초기 단계에서 나타날 수 있음
    3. 저성장 고물가(스태그플레이션): 매출 감소 + 비용 상승 → 기업 마진 압착, 투자 심리 위축
    4. 저성장 저물가(디플레이션):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대표 사례, 무작정 부채를 줄이다 실물경기 타격

    이 중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포트폴리오 전략이 달라집니다. 그리고 제가 직접 느낀 것은, 이 네 가지 국면이 한 번에 고정되는 게 아니라 기대와 실망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시장이 출렁인다는 사실입니다.

    어항을 두고 기다리는 것이 투자다

    족대로 물고기를 잡으러 세 시간을 뛰어다닌 어린아이의 이야기가 참 와닿았습니다. 한 마리 잡는 동안 삼촌의 어항에는 매기가 가득 들어 있었다는 그 장면 말입니다. 저는 주식 투자를 하면서 꽤 오랫동안 족대를 들고 뛰었던 것 같습니다. 빨리 오를 것 같은 종목을 쫓고, 다른 종목이 오르면 갈아타고, 뉴스 하나에 매수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 결과는 뻔했습니다. 분산투자(Asset Allocation)란 여러 자산이나 지역, 종목에 나눠 투자해 한 곳에서 손실이 나도 전체 포트폴리오가 버틸 수 있게 만드는 전략입니다. 고속도로 차선을 바꾸는 비유가 정확하게 맞는 말이었습니다. 내 차선이 느려 보여서 옆으로 끼어들면, 정작 그 순간 원래 내 차선이 뚫리는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 했을 것입니다. 투자도 똑같습니다.

    미국 주식이 답답하다고 한국이나 신흥국으로 갈아탔다가 다시 미국이 오르는 상황, 올해 초처럼 미국은 제자리인데 한국 주가가 오르니 미국 비중을 줄이고 싶어지는 마음. 저도 그 유혹을 충분히 느꼈습니다. 그런데 결국 장기 성과를 보면 미국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유지한 쪽이 훨씬 안정적이었다는 데이터는 꽤 명확합니다. OECD 금융시장 분석에서도 분산투자가 장기 수익률 안정성에 기여한다는 근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제 생각을 더하고 싶습니다. '기다림이 가치를 만든다'는 말에는 공감하지만, 무조건 오래 쥐고만 있는 게 좋은 투자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항을 물살이 센 곳에 잘못 두면 떡밥이 다 날아갑니다. 처음에 어항을 어디에 두느냐가 중요하고, 그 위치가 여전히 맞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기업의 실적이나 산업 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면 기다림이 아니라 판단 오류를 지속하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쟁이나 관세 같은 단기 충격 이슈를 바라보는 방식도 마찬가지입니다. 1년 짧게 보면 '이란 전쟁이 언제 끝나느냐'가 핵심 질문이 됩니다. 그런데 5년 긴 시계열로 보면 질문이 바뀝니다. '그 이후에 내가 어떤 자산을 갖고 있어야 하는가'로 전환됩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관세 충격도 시장은 결국 적응했고 다음 이슈로 넘어갔습니다. 불확실한 사건의 종료 시점을 맞추려는 시도보다, 그 이후를 준비하는 편이 훨씬 더 현명한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AI 관련 주식은 지금 너무 오른 거 아닌가요? 지금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A. 단기로 보면 AI 관련 주가에는 이미 상당한 기대가 반영돼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단기 조정 리스크는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장기 5~10년 관점에서 보면, AI가 생산성 향상을 통해 경제 전반에 침투할 가능성은 충분히 높습니다. 지금 당장 전부를 넣는 것보다, 적립식으로 분산 매수하는 방식이 리스크를 줄이는 현실적인 접근이 되지 않을까요?

    Q. S&P 500 지수 투자와 개별 주식 투자, 어떤 게 더 나을까요?

    A. 이건 투자자의 시간과 정보 수준에 따라 다릅니다. 개별 종목 분석에 충분한 시간을 쏟기 어렵다면, S&P 500처럼 미국 500대 기업 전체에 분산 투자하는 지수 추종 방식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보여왔습니다. IRP나 연금 계좌처럼 잘 들여다보기 어려운 구조의 계좌가 오히려 장기 수익률이 높게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종목을 자주 갈아치울수록 수익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볼 만합니다.

    Q. 부채 문제로 미국 경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 실제로 가능한 일인가요?

    A. 미국의 부채 규모가 큰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나라들이 사실상 미국의 채권자입니다. 이 채권자들이 미국 국채를 대거 매도하면 본인들의 자산 가치도 함께 폭락합니다. 그래서 위기 때마다 국제 공조가 이루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미국 부채 문제는 분명 리스크 요인이지만, 시스템 붕괴보다는 중간중간의 변동성 확대로 나타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봅니다.

    Q. 양극화가 심해지는 시대에 개인 투자자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A. 내가 직접 AI 기업을 만들 수는 없지만, AI 관련 기업의 주주가 되는 것은 가능합니다. 구글, 애플, 엔비디아 같은 기업의 성장 과실을 주식 투자를 통해 일부 나눠 가지는 방식이 현실적인 접근입니다. 또한 자신이 종사하는 구경제 분야에 AI를 접목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도 하나의 방향이 될 수 있습니다. 배달의민족이 오프라인 음식점과 플랫폼 기술을 연결한 것처럼, 융합에서 기회가 생길 가능성은 충분하지 않을까요?

    여기서 중요한점은 투자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좋은 종목을 찾는 일이 아니라, 선택한 길에 어항을 제대로 두고 기다리는 것이라는 생각이 더 강해졌습니다. 다만 기다림이 무조건 미덕은 아닙니다. 어항을 둔 이유, 즉 투자 근거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면서 필요하다면 위치를 바꿀 줄 아는 유연함도 함께 필요합니다. 거시경제 환경이 바뀌고 AI라는 새로운 변수가 게임의 규칙 자체를 바꾸고 있는 지금, 2036년의 내가 2026년의 나를 돌아봤을 때 어떤 길을 걷고 있었으면 좋겠는지를 한번쯤 생각해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상황과 판단을 기준으로 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XkRP4bqBQ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