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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의 돈 관리법 (저축순서, 투자대상, 자기계발)

tax822 2026. 8. 30. 11:36

목차


     

     

    월급날이 지나고 며칠 뒤 통장을 열어보면 이미 텅 비어 있는 경험, 저만 있는 게 아닐 겁니다. 저 역시 연봉이 오를 때마다 "이번엔 좀 모이겠지" 기대했지만 결과는 항상 똑같았습니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이 매년 수백 명의 실제 부자를 직접 만나 조사한 결과, 이들이 특별한 투자 비법을 가진 게 아니라 돈을 다루는 순서와 대상, 목적이 달랐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 구조가 뭔지 데이터로 직접 확인해봤습니다.

    저축순서: 의지력이 아니라 자동화 구조가 통장을 바꾼다

    저는 한동안 이른바 잔여저축 방식으로 돈을 관리했습니다. 쓰고 남은 걸 저축하는 방식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소득이 올라도 잔액이 그대로인 이유가 의지력 부족이 아니라 구조 자체의 문제였다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습니다.

    KB금융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한국 부자는 전체 인구의 0.93%인 47만 6천여 명입니다. 이들이 초기 종자돈 평균 8억 5천만 원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묻자, 43%가 예금·적금을 꼽았습니다. 화려한 투자 기법이 아니라 그냥 적금이었습니다. 다만 한 가지가 달랐습니다. 선저축 후소비(先貯蓄 後消費) 구조, 즉 소득이 들어오는 순간 소비보다 저축을 먼저 떼어놓는 방식이었습니다.

    선저축 후소비란 월급이 입금되는 날 자동이체로 일정 금액을 즉시 별도 계좌에 빼놓고, 남은 금액으로만 생활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이게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라이프스타일 인플레이션(lifestyle inflation)이라는 현상을 막는 데 결정적입니다. 라이프스타일 인플레이션이란 소득이 오르는 만큼 소비 수준도 자동으로 따라 올라가는 현상입니다. 연봉이 4천만 원일 때는 8만 원짜리 저녁이 특별한 날이었는데, 6천만 원이 되면 그게 그냥 평범한 금요일이 됩니다. 아무도 결심하지 않았는데 지출이 늘어나 있습니다.

    부자들이 실제로 쓰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연봉이 오른 시점에 인상분의 절반을 즉시 자동이체에 얹어버립니다. 눈높이가 올라가기 전에 선을 그어버리는 겁니다. 제가 직접 적용해봤는데, 월급날 다음날로 자동이체를 설정하자 그달 생활비 압박이 오히려 소비를 자연스럽게 조절했습니다. 금액보다 날짜가 핵심이었습니다. 카드값이 빠지기 전에 먼저 나가야 구조가 작동합니다.

    투자대상: 내 돈으로 샀느냐, 빌린 돈으로 샀느냐

    하나금융 연구소가 최근 5년간 부자들의 자산 구성 변화를 추적했더니 흥미로운 방향 전환이 포착됩니다. 부동산 비중이 63%에서 52%로 줄었고, 금융자산 비중은 35%에서 46%로 늘었습니다. 한국처럼 부동산 불패 신화가 강한 나라에서 자산이 가장 많은 사람들이 먼저 방향을 틀고 있다는 뜻입니다. 특히 선호하는 금융상품이 예금에서 ETF(Exchange Traded Fund, 상장지수펀드)로 이동했고, 올해 부자 10명 중 6명이 목표 수익률을 10% 이상으로 잡았습니다. ETF란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사고팔 수 있는 펀드로, 특정 지수나 자산군을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품입니다.

    그런데 같은 시기 일반 개인 투자자들은 어떻게 움직였을까요. 올해 2분기 신용거래융자(信用去來融資) 잔고가 하루 평균 35조 9천억 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신용거래융자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담보 비율이 기준 이하로 내려가면 증권사가 강제로 주식을 매도하는 반대매매(反對賣買)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대매매란 투자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증권사가 담보 주식을 강제 처분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게 현실이 됐습니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 9,000선을 돌파한 직후인 6월 24일, 신용잔고는 38조 6천억 원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7월에 코스피는 한 달 만에 6,000선까지 무너졌습니다. 7월 9일 하루에만 반대매매가 1,422억 원 발생했고, 두 달 사이에 투자자 예탁금 35조 원이 증발했습니다. 반면 부자들은 그 무렵 유동성 금융자산과 예적금 비중을 오히려 늘렸습니다. 언제든 움직일 수 있는 현금을 손에 쥐고 있으려 한 것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부자들이 7월 폭락을 미리 예측한 게 아닙니다. 차이는 예측력이 아니라 자금의 성격이었습니다. 내 돈으로 산 주식은 반토막이 나도 버틸 수 있습니다. 빌린 돈으로 산 주식은 버티고 싶어도 증권사가 강제로 팔아버립니다. 같은 종목을 같은 날 샀는데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다음 내용을 비교해보면 차이가 명확합니다.

    1. 내 돈으로 매수한 경우: 반토막이 나도 보유 유지 가능, 회복 후 수익 실현 가능
    2. 신용으로 매수한 경우: 담보 비율 하락 시 반대매매로 강제 청산, 손실 확정
    3. 부자들의 대응: 폭락 전부터 현금성 자산 비중 확대, 시장 흔들림에도 기존 방향 유지
    4. 일반 투자자의 대응: 상승장에서 신용 확대, 하락장에서 강제 청산으로 실탄 소진

    이 차이를 만든 건 종목 선택 실력이 아니라 어떤 돈으로 투자했느냐는 자금의 성격이었습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부자 보고서에서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부자들이 폭락 전에 이미 몇 년짜리 방향을 정해두고 있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자기계발: 투자보다 소득을 먼저 올린 사람들의 진짜 방법

    하나금융 연구소가 최근 10년 안에 자수성가로 부자가 된 50대 이하 자산가들에게 자산을 불린 방법을 묻자, 1위가 자기 개발을 통한 소득 인상(44%)이었고 2위가 주식 등 금융 투자 수익(36%)이었습니다. 투자보다 소득 인상이 먼저였습니다. 이게 저한테는 꽤 충격이었습니다. 어떤 종목을 살까, 어떤 ETF가 좋을까를 고민하기 전에 내 소득을 어떻게 올릴까를 먼저 풀어야 한다는 뜻이니까요.

    수치로 보면 이유가 분명합니다. 종자돈이 3천만 원일 때 수익률 20%는 600만 원입니다. 그런데 연봉을 1천만 원 올리면 그건 매년 1천만 원, 그것도 확정입니다. 투자 수익률은 내 통제 밖에 있고 내 실력은 내 통제 안에 있다는 단순한 원리입니다. KB금융 경영연구소의 부자 보고서에서는 부자들이 자산 관리에서 얻은 가장 중요한 지혜 1위로 지속적인 금융 지식 습득(15%)을 꼽았습니다. 그리고 총자산 100억 원 이상인 그룹에서는 이 비율이 19.4%로 올라갔습니다. 돈이 많아질수록 더 공부한다는 뜻입니다.

    그 뒤 순위도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눈에 띕니다. 좋은 종목 발굴, 타이밍 포착, 빠른 정보 획득 같은 항목이 하나도 없습니다. 대신 위험 관리를 위한 분산 투자, 꾸준히 저축하고 투자하는 습관, 명확한 투자 원칙과 기준 설정 같은 지루한 것들만 있습니다. 특히 흥미로운 건 100억 이상 보유자들이 2위로 꼽은 항목이 일관된 투자 태도 유지였다는 점입니다. 반면 50억 미만 부자들은 이걸 최하위인 8위로 꼽았습니다. 자산이 커질수록 시장의 큰 파도를 여러 번 겪게 되고, 태도를 바꾼 쪽이 손해를 봤다는 걸 몸으로 학습한 결과로 보입니다.

    부자의 83%가 정기적인 모임에 참여한다는 통계도 눈에 걸립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모임에 참여하는 부자는 ETF에 자산을 더 많이 배분했고, 참여하지 않는 부자보다 연금 자산도 많았습니다. 반면 모임에 참여하지 않는 부자는 예금 같은 현금성 자산에 돈을 더 묻어뒀습니다. 새로운 정보와 관점은 검색보다 사람을 통해 먼저 온다는 게 이 데이터가 말하는 바입니다. 한편으로 이 부분에는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이른바 생존자 편향(survivorship bias), 즉 성공한 사람들만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생존자 편향이란 결과적으로 성공한 집단만 분석 대상이 되어 실패 사례가 통계에서 제외되는 현상입니다. 똑같이 공부하고 절약했어도 부자가 되지 못한 사람들은 이 설문에 처음부터 들어오지 않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자동이체 금액이 너무 적으면 의미가 없지 않나요?

    A. 금액보다 구조가 먼저입니다. 처음엔 5만 원이어도 월급날 다음날 자동으로 빠지는 구조 자체를 만드는 게 목적입니다. 구조가 정착되면 금액은 언제든 늘릴 수 있지만, 구조 없이 금액만 크게 잡으면 한두 달 안에 무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자들이 적금으로 종자돈을 모은 핵심도 금액이 아니라 이 자동화된 순서였습니다.

    Q. 부자들도 주식 투자를 공격적으로 한다고 하는데, 신용 투자를 해도 되는 건 아닌가요?

    A. 부자들이 공격적인 건 맞지만 자기 돈으로 하는 공격이라는 점이 다릅니다. 신용거래융자는 담보 비율이 기준 이하로 내려가면 반대매매가 발생해 투자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강제 청산됩니다. 7월 폭락 때 반대매매가 하루 1,422억 원이 터진 게 이 구조입니다. 같은 종목을 같은 날 샀어도 자금의 성격이 결과를 완전히 갈라놓았습니다.

    Q. 자기 개발에 돈을 쓰라고 하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요?

    A. 부자들이 꼽은 자산 증식 1위가 자기 개발을 통한 소득 인상(44%)이었다는 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화려한 자격증보다 현재 하는 일에서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역량에 집중하는 게 현실적입니다. 이달에 내 자신에게 쓴 돈이 얼마인지 먼저 계산해보는 것이 출발점으로 보입니다.

    Q. 부동산을 줄이고 ETF를 늘리라는 건가요?

    A. 부자들의 자산 구성 변화가 그 방향이긴 하지만, 이걸 투자 권고로 받아들이면 위험합니다. 부동산 비중 축소와 금융자산 확대가 그들의 방향이었다는 건 하나의 데이터일 뿐입니다. 개인의 자산 규모, 소득, 부채 상황에 따라 최적 배분이 다르므로 전문가 상담을 병행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Q. 습관만 따라 하면 부자가 될 수 있나요?

    A. 솔직히 말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최근 10년에 부자가 된 사람들의 가구 연소득 평균이 5억 원대로, 우리나라 평균 소득의 약 7배입니다. 습관은 소득을 대체하지 못합니다. 다만 같은 소득이라면 습관이 결과를 갈라놓습니다. 연봉 5천만 원인 두 사람이 10년 뒤에 완전히 다른 자리에 있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결국 부자들이 돈을 잘 모은 이유는 남들보다 많이 번 것도, 특별한 종목을 고른 것도 아니었습니다. 돈이 들어오는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미리 정해두었고, 빌린 돈이 아닌 내 돈으로만 움직였으며, 시장이 흔들릴 때도 태도를 바꾸지 않았습니다. 저는 오늘 저녁 은행 앱을 열어서 자동이체 하나부터 만들어보려 합니다. 금액은 작아도 됩니다. 중요한 건 구조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전문가 상담을 통해 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1-M2uIaV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