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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의 그릇 (덕망, 공과평가, 경영철학)

tax822 2026. 10. 22. 12:13

목차


    리더의 인격이 조직의 수준을 결정한다는 말, 일반적으로 그렇다고 알려져 있지만 저는 그 말을 직접 몸으로 겪은 후에야 비로소 실감했습니다. 10년 전 첫 직장에서 새벽 독서 토론을 의무적으로 해야 했던 그 회사, 처음엔 "출근도 8시인데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지"라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됐습니다. 그 구조 자체가 경영자의 철학에서 나온 것이었다는 걸.

    덕망과 인기는 다르다

    덕망(德望)이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우러러보는 인격적 권위를 뜻합니다. 단순히 사람들이 좋아하는 인기와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인기 있는 사람에게는 사람들이 모여들지만, 내심으로는 그 사람을 아래로 보기 때문에 모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덕망 있는 사람에게는 누구도 함부로 대하지 못합니다.

    이 구분이 처음에는 좀 추상적으로 들렸습니다. 그런데 제가 다녔던 회사의 대표를 떠올려 보면 그 차이가 선명해집니다. 그분은 말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알아서 움직였습니다. 강제하지 않아도 방향이 맞춰지는 분위기, 그게 바로 덕망이 만들어내는 조직 문화라는 걸 나중에야 이해했습니다.

    이나모리 가즈오(稲盛和夫)의 경영 철학에서도 이 지점이 핵심입니다. 이나모리 가즈오란 일본의 대표적 경영인으로 교세라와 KDDI를 창업하고 파산 직전의 JAL을 재건한 인물로, '경영의 신'이라 불립니다. 그는 리더가 덕으로 조직을 이끌어야 하며, 당근과 채찍에 의존하는 경영은 일시적인 효과만 낼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솔직히 이 부분만큼은 반박할 근거가 없었습니다.

    공과평가가 흔들리면 조직이 무너진다

    공과평가(功過評價)란 개인의 공적과 과실을 객관적 기준으로 측정하고 그에 맞는 보상이나 책임을 부여하는 제도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잘한 사람에게는 상을, 잘못한 사람에게는 책임을 제대로 묻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이게 생각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특히 오너 경영인의 경우, 회사 자체가 자신이라는 의식이 강해지면 공정한 공과평가보다 자신의 감정이나 관계가 판단 기준이 되기 쉽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이런 편파적 인사 정책만큼 성실하게 일하는 직원들의 의욕을 꺾는 것도 없습니다. 반대로, 리더가 철저히 기준에 따라 움직인다는 믿음이 생기면 직원들의 태도 자체가 달라집니다.

    공과평가가 제대로 작동하는 조직의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성과와 보상의 연결 고리가 명확하고 예측 가능합니다.
    2. 배임이나 횡령 등 명백한 위반에 대해 관계와 무관하게 책임을 묻습니다.
    3. 리더 스스로가 세간의 평가가 아닌 시비(是非)에 따라 판단합니다.
    4. 잘못된 관행을 고칠 때는 속도보다 신중함을 우선합니다.

    이 네 가지 중 하나라도 무너지면 조직 전체의 신뢰 구조가 흔들립니다. 특히 마지막 항목, 개혁을 너무 성급하게 밀어붙이면 나쁜 관행만 사라지는 게 아니라 좋은 문화까지 함께 도려내는 부작용이 생깁니다. 이 지점은 제 경험상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고 말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경영철학이 조직 문화를 설계한다

    조직문화(organizational culture)란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가치관, 행동 양식, 암묵적 규범의 총체를 가리킵니다. 이것은 누군가 선언한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리더의 일상적인 행동 패턴이 쌓이면서 형성됩니다. 일반적으로 교육 프로그램이나 사내 캠페인으로 문화를 바꿀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그 방법은 표면만 바꿀 뿐입니다.

    10년 전 그 회사가 새벽 독서 토론을 시킨 것도 단순한 복지 프로그램이 아니었습니다. 상반기, 하반기 각 한 권씩 회사가 책을 지원하고, 출근 전 시간을 내어 독서록을 쓰거나 내용을 토론하게 했습니다. 처음에는 형식적인 의무처럼 느껴졌지만, 그 구조가 저를 포함한 직원들 스스로를 "성장하는 사람"으로 인식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인식이 일에 대한 태도까지 바꿨습니다.

    이나모리 가즈오의 경영 철학에서도 비슷한 맥락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는 사원 교육에 비용을 쏟는 것보다 리더가 앞에서 모범을 보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했습니다. 리더가 어디를 보고 있는가에 따라 회사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이 말은, 제가 경험한 그 회사의 구조를 정확히 설명해주는 문장이었습니다. 한국경영학회의 연구에서도 CEO의 가치관이 조직 내 심리적 안전감과 직결된다는 결과가 반복적으로 확인된 바 있습니다(출처: 한국경영학회).

    보신주의(保身主義)란 자신의 지위나 안위를 지키는 데만 급급해 조직 전체의 이익을 외면하는 태도를 뜻합니다. 이런 리더가 중간 관리자층에 자리 잡으면, 조직은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을 잃게 됩니다. 반대로 덕망 있는 리더가 있을 때 국난이나 위기 상황에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그 리더를 중심으로 모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리더의 그릇, 어떻게 키울 수 있는가

    리더십 역량(leadership competency)이란 단순한 직책이나 권한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따르게 만드는 내적 역량을 뜻합니다. 일반적으로 리더십은 경험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길러진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의도적인 자기 점검 없이는 그릇이 커지지 않는다는 걸 느꼈습니다.

    나카지마 다카시(中島孝志)의 저서 『리더의 그릇』이 제시하는 기준을 보면, 일급 리더란 그릇이 크고 확고한 신념을 가지며, 시세(時勢)를 내다볼 줄 알고 위기 관리 능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시세란 시대의 흐름과 상황 변화를 읽는 안목을 뜻하며, 이것이 없으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결단을 내릴 수 없습니다. 일급 리더는 마치 태양이나 공기처럼, 자신의 기여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조직 전체를 살아있게 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리더십에 관한 책들은 대부분 "강한 카리스마"나 "탁월한 의사결정"을 강조하는데, 이 책은 오히려 "드러내지 않는 것"을 최고 리더의 조건으로 봅니다. 그 역설이 처음엔 낯설었지만, 제가 기억하는 그 회사의 대표를 떠올리면 그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 경제산업성(経済産業省)에서도 경영 인재 육성 보고서를 통해 리더의 인격적 성숙도가 기업 지속가능성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출처: 일본 경제산업성).

    그릇을 키우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기회를 스스로 만드는 태도입니다. 성장하고 싶다면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기회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게 가장 단순하면서도 실천이 가장 어려운 조언이기도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덕망과 인기는 왜 다른가요? 리더에게 인기는 필요 없나요?

    A. 인기는 사람들이 좋아해서 모이는 것이고, 덕망은 사람들이 우러러보기 때문에 따르는 것입니다. 둘은 공존할 수 있지만, 위기 상황에서 진가가 드러나는 쪽은 덕망입니다. 인기만 있는 리더는 위기가 오면 가장 먼저 이탈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경험상 장기적으로 조직을 유지하는 힘은 인기보다 덕망에서 나왔습니다.

    Q. 이나모리 가즈오의 경영 철학은 한국 기업에도 적용 가능한가요?

    A. 일반적으로 일본식 경영 철학은 한국 기업 문화와 맞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핵심 원칙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공과평가의 투명성, 리더의 솔선수범, 단기 성과보다 장기적 신뢰 구축이라는 방향은 어느 문화권에서든 작동합니다. 다만 적용 방식은 조직의 특성에 맞게 조율이 필요합니다.

    Q. 당근과 채찍 방식의 경영이 왜 한계가 있나요?

    A. 인센티브나 상벌 제도는 단기적 행동 변화에는 효과가 있지만, 내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를 만들어내지는 못합니다. 내적 동기란 외부의 보상 없이도 스스로 움직이게 만드는 자발적 의욕을 뜻합니다. 보상이 사라지면 행동도 사라지는 구조는 조직의 지속 가능성을 낮춥니다. 덕망 있는 리더가 만드는 문화는 보상 없이도 구성원들이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환경을 만듭니다.

    Q. 조직 내 공과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A. 구성원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불공정한 평가가 반복되는 조직에서는 결국 핵심 인재부터 빠져나가는 패턴이 나타났습니다. 가장 현실적인 대처는 자신의 공과를 명확히 기록하고, 상급자와의 대화 채널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구조적 문제라면 장기적으로 조직을 재고하는 것도 선택지입니다.

    경영자의 그릇이 곧 회사의 그릇이라는 말은, 결국 리더가 어떤 사람인가가 조직의 방향과 구성원들의 삶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뜻입니다. 저는 그걸 책이 아니라 새벽 독서 토론 테이블에서 배웠습니다. 지금 자신이 속한 조직의 문화가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그 시작점이 리더의 그릇에 있는지 한번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리더라면, 지금 어디를 보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먼저 물어보는 것이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CHNjta-hDP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