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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하는가 (일의 의미, 지속의 힘, 낙관적 실행)

tax822 2026. 10. 11. 22:10

목차


    경제적 자유, 불로소득. 요즘 중장년층 사이에서 가장 달콤하게 들리는 단어들입니다. 저도 솔직히 한때는 "어떻게 하면 덜 일하고 더 벌 수 있을까"를 진심으로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이나모리 가조의 《왜 일하는가》를 접하고 나서, 제가 그동안 일을 바라보던 방식이 얼마나 좁았는지 새삼 돌아보게 됐습니다. 일한다는 것, 그게 정말 고통을 피하는 방법이 아니라 오히려 고통을 이겨내는 유일한 경로라는 걸 이 책은 조용하지만 묵직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일의 의미: "왜 일하는가"가 던지는 진짜 질문

    이 책이 2009년 일본에서 출간됐을 때 별다른 홍보 없이 수백만 부가 팔렸다는 사실은, 숫자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삼성그룹 임직원 최다 추천 도서로 10여 년간 이름을 올렸고, 2014년 삼성물산 김신 전 대표가 도서 바자에서 이 책을 두 번째로 높은 가격에 낙찰받았다는 일화도 유명합니다. 경영자들이 자비를 털어 직원들에게 선물할 정도라면, 단순한 자기계발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저는 처음 제목만 봤을 때 "철학적인 소리 하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면 이나모리 가조 본인의 좌절이 먼저 나옵니다. 중학교 입학 시험 낙방, 결핵으로 인한 긴 공백, 전쟁으로 불타버린 집, 원치 않는 대학과 취업 실패. 그가 입사한 쇼후 공업은 당장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심각한 적자 기업이었습니다. 첫 월급조차 제날짜에 나오지 않았죠. 제가 경험한 어떤 막막함보다도 훨씬 가혹한 상황이었는데, 그가 찾은 해법은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에 전념하자." 거창한 전략이 아니었습니다. 단 한 가지 생각의 전환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전환이 교세라(京セラ)라는 세계적 기업을 탄생시켰습니다. 교세라란 교토 세라믹스의 약칭으로, 현재 전자부품과 통신 분야에서 연 매출 2조 엔을 넘는 글로벌 기업입니다. 이 출발점이 월급도 제대로 못 받던 영세 기업이었다는 사실이 이 책의 핵심을 압축합니다.

    지속의 힘: 면도날보다 무딘 사람이 결국 남는 이유

    책에서 제가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된 대목은 "면도날 같은 사람"과 "그저 성실한 사람"의 비교였습니다. 면도날형 인재란 습득 속도가 빠르고 재기가 넘치는 사람, 쉽게 말해 누가 봐도 유능해 보이는 직원입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그들에게 기대를 걸게 됩니다. 그런데 이나모리 가조가 수십 년 경영을 통해 발견한 패턴은 달랐습니다.

    면도날형 인재들은 일이 지루해지거나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빠르게 떠났습니다. 반면 처음에 기대가 낮았던,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던 직원들이 10년, 20년 후 핵심 인재로 성장해 있었습니다. 중학교만 졸업하고 단순 공정을 반복하던 직원이 20년 뒤 사업부장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이나모리 가조 스스로 "나도 모르게 여기까지 오다니"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놀랐다고 했습니다.

    이걸 읽으면서 제 책상 정리 습관이 떠올랐습니다. 쌓여가는 서류와 소모품들을 "나중에 한꺼번에 치우자"고 미루면, 어느새 하루를 잡아도 못할 만큼 커져 있습니다. 반면 매일 조금씩, 눈앞에 있는 것부터 하나씩 정리하면 어느 순간 책상 전체가 깔끔해져 있습니다. 요행 없이 꾸준히 한다는 것, 이게 생각보다 강력한 복리(複利)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복리란 작은 수익이 반복적으로 쌓여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구조를 뜻하는데, 이 개념은 돈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인간의 능력과 인격에도 똑같이 작동합니다.

    지속의 힘을 뒷받침하는 연구도 있습니다.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손(Anders Ericsson)이 제안한 의도적 훈련(deliberate practice) 이론에 따르면, 특정 기술의 숙련도는 타고난 재능보다 목적의식을 가진 반복 훈련의 시간에 의해 결정됩니다. 에릭손의 연구를 기반으로 정리한 내용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면도날보다 무딘 사람이 결국 전문가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지속의 힘을 실질적으로 만들어내는 요소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매일 같은 시간, 같은 방식으로 일을 반복하는 루틴화(routine) — 루틴화란 특정 행동을 의식적 노력 없이도 자동으로 수행할 수 있게 만드는 과정입니다.
    2. 성과가 보이지 않는 구간에서 포기하지 않는 인내력 — 이 구간을 '침체 구간(plateau)'이라 하며, 숙련도 향상은 이 구간 이후 급격히 일어납니다.
    3.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에서도 의미를 찾는 태도 — 의미부여(meaning-making)란 자신이 하는 일을 단순 과업이 아닌 더 큰 목적과 연결 짓는 인지적 과정입니다.
    4.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는 자기 평가 기준 — 결과에만 집착하면 침체 구간에서 쉽게 이탈하게 됩니다.

    낙관적 실행: 잘 모르는 사람이 오히려 필요한 순간

    이 책에서 또 하나 인상 깊었던 부분이 낙관주의(optimism)와 비관주의(pessimism)를 어떻게 조합하느냐는 이야기였습니다. 낙관주의란 어려운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고 행동하는 심리적 성향을 뜻합니다. 이나모리 가조는 새로운 사업에 착수할 때 일부러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조금 덜렁거리지만 긍정적인 사람을 리더로 기용한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이게 의아했습니다. 전문가가 아닌 사람을 왜? 그런데 곰씹어보면 논리가 있습니다. 전문가는 이미 실패 가능성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시작 전에 포기하거나 과도하게 축소된 계획을 세웁니다. 반면 그 분야를 잘 모르는 사람은 "어디 한번 해 보죠"라는 단세포적인 추진력으로 첫 걸음을 뗄 수 있습니다. 이나모리 가조가 제시한 공식은 명확합니다. 낙관적으로 구상하고, 비관적으로 계획하며, 다시 낙관적으로 실행한다. 이 세 단계를 구분하지 못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비관적이면 아이디어 자체가 싹을 틔우지 못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주변을 보면 오히려 잘 아는 사람일수록 "그건 안 돼"를 먼저 꺼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그 판단이 틀리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의 씨앗을 자르는 건 무지(無知)가 아니라 과도한 지식이었던 경우도 꽤 봤습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보고서에서도 미래 핵심 역량으로 비판적 사고와 함께 창의적 문제 해결력을 꾸준히 상위에 올리고 있는데(출처: WEF Future of Jobs Report 2023), 이 창의성은 기존 지식의 틀을 벗어날 때 발휘된다는 점에서 이나모리 가조의 관찰과 맞닿아 있습니다.

    물론 모든 과정을 낙관론자에게 맡겨두는 건 위험합니다. 구체적인 계획 단계에서는 리스크를 세밀하게 따지는 비관적 시각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낙관과 비관을 어떤 타이밍에 어떻게 배치하느냐, 그게 실제로 조직을 운영해본 사람의 감각이라는 걸 이 책을 읽으며 실감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왜 일하는가》는 어떤 사람에게 특히 도움이 될까요?

    A. 지금 하는 일이 의미 없게 느껴지거나, 능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위축된 분들에게 특히 와닿는 책입니다. 재능보다 지속의 힘이 결국 사람을 비범하게 만든다는 메시지가 중심이라, 직장 생활에 회의감을 느끼는 시점에 읽으면 관점 자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화려한 스펙보다 우직한 성실함에 더 무게를 두는 분들이라면 공감 포인트가 많을 것입니다.

    Q. 이나모리 가조가 말하는 '지속의 힘'은 단순히 오래 버티라는 뜻인가요?

    A. 단순히 버티는 것과는 다릅니다. 책에서 강조하는 건 '싫증 내지 않고' 자기 일에 의미를 찾으며 꾸준히 나아가는 과정입니다. 결과가 보이지 않는 시기에도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태도가 핵심입니다. 에디슨의 말처럼 성공의 99%는 땀이고, 재능은 나머지 1%에 불과하다는 관점과 같은 맥락입니다.

    Q. 책에 나오는 낙관적 구상, 비관적 계획, 낙관적 실행을 실생활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A.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아이디어 단계에서는 가능성에 집중하고 일단 시작하는 것이 첫 단계입니다. 그 다음 계획을 세울 때는 예상되는 리스크와 장애물을 최대한 꼼꼼히 따지고, 막상 실행에 들어가면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추진력을 회복하는 식으로 순서를 의식하면 됩니다. 저는 개인 프로젝트에서 이 순서를 어긴 적이 많았는데, 처음부터 비관적으로 계획부터 짜다가 시작도 못 한 경우가 꽤 있었습니다.

    Q. 능력 있는 사람이 빨리 그만두고 성실한 사람이 남는다는 게 현실에서도 맞는 말인가요?

    A. 모든 조직에서 그렇다고 단정짓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단기 성과 중심의 조직보다 장기적인 신뢰와 문화를 중시하는 조직일수록 이 패턴이 실제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나모리 가조 본인도 이게 처음에는 어리석은 편견이라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다고 고백한 만큼, 인재를 보는 시각 자체를 재고하게 만드는 관점으로 받아들이는 게 적합해 보입니다.

    책 한 권이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왜 일하는가"라는 질문이 이렇게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답변과 연결될 줄은 몰랐습니다. 요행을 바라지 않고, 지금 눈앞의 일에 전념하는 것.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 이걸 90년 인생으로 증명한 사람의 이야기라는 무게가 다릅니다. 지금 하는 일이 의미 없게 느껴진다면, 이 책의 첫 챕터만이라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