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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하는가 (일의 의미, 천직, 지속의 힘)

tax822 2026. 9. 14. 18:31

목차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오랫동안 일을 그냥 먹고살기 위한 수단으로만 봐왔습니다. 이나모리 가즈오의 책 '왜 일하는가'를 읽기 전까지는요. 27세에 자본금 3,000만 원으로 시작해 연 매출 16조 원의 기업을 일군 사람이 말하는 '일의 의미'가 대체 뭔지, 처음엔 반신반의하며 펼쳤습니다. 그런데 읽으면서 몇 번을 멈추게 됐습니다.

    일의 의미를 찾지 못하면 생기는 일

    많은 분들이 이런 상황에 놓여 계실 겁니다. 월요일 아침, 알람이 울리는 순간부터 이미 지쳐있는 느낌. 이건 게으름의 문제가 아닙니다. 일과 자신 사이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상태, 즉 직업 소외감(Job Alienation)의 문제입니다. 직업 소외감이란 자신이 하는 일이 자기 삶과 아무 관계가 없다고 느끼는 심리 상태를 말합니다. 이 상태가 길어지면 능률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이직을 반복하거나 번아웃(Burnout)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번아웃이란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신체적·정서적으로 완전히 고갈된 상태를 가리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 번아웃을 공식 직업 현상으로 분류하며, 만성적 직장 스트레스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을 때 발생한다고 정의했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건 단순히 '좀 쉬면 낫겠지'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근본적으로 일을 대하는 시각 자체가 바뀌지 않으면 반복됩니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이 문제의 원인을 탐진치(貪瞋痴), 즉 욕망·분노·어리석음에서 찾습니다. 탐진치란 석가모니가 말한 인간의 세 가지 독소로, 이것이 일을 대하는 태도를 망가뜨리는 근원이라는 뜻입니다. 저도 처음엔 이 부분이 좀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들렸습니다. 그런데 제 상황에 대입해보니 납득이 됐습니다. 더 좋은 회사, 더 높은 연봉을 향해 계속 이직을 반복하면서 정작 지금 하는 일에는 집중하지 못했던 시간들이 떠올랐거든요.

    천직은 발견하는 게 아니라 만드는 것

    이 책에서 제가 가장 오래 붙잡고 생각한 부분이 바로 천직(天職)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천직이란 하늘이 내려준 직업, 즉 자신에게 딱 맞는 일을 뜻하는데 흔히 사람들은 이걸 어딘가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생각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해'라는 생각으로 여러 직장을 전전하면서 막연히 그 무언가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이나모리 가즈오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합니다. 본인 스스로도 20대 초반에 특별한 재능도, 돈도 없었고, 관심 없는 일에는 아예 눈길조차 안 줬다고 고백합니다. 그 사람이 60년을 한 분야에서 버틴 이유는 딱 하나였습니다. 스스로 그 일을 좋아하려고 애썼기 때문이라고요. 처음부터 좋아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하다 보니 좋아지도록 마음을 바꿨다는 겁니다.

    이 부분에서 저는 꽤 오래 생각에 잠겼습니다. 지금껏 저는 좋은 스킬을 쌓고 더 좋은 회사를 찾아 이동하는 방식으로 살아왔는데, 한 자리에서 20년 이상 버텨온 분들이 어느새 임원이 되어 있는 모습을 주변에서 실제로 봤거든요. 무엇이 정답인지 단정할 수 없지만, 그분들이 가진 것은 화려한 스펙이 아니라 '이 일을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끈기였습니다.

    책에는 몰입(沒入)에 관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몰입이란 어떤 일에 완전히 빠져드는 상태로,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체계화한 개념입니다. 칙센트미하이는 TED 강연에서 이 몰입 상태(Flow)가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높은 형태의 행복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나모리 가즈오가 말하는 '무아지경에 빠질 때까지 일하라'는 표현이 바로 이 플로우 상태를 가리키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또 다른 장면은 연구 보조를 맡은 청년과의 일화입니다. 결과가 나올 때마다 펄쩍 뛰며 기뻐하는 이나모리에게 청년이 "좀 경박해 보입니다"라고 직접 말합니다. 이나모리의 대답이 압권이었습니다. 소소한 일에도 기쁨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단조로운 반복을 지치지 않고 이어가는 힘이라고요. 제 경험상 이건 정말 맞는 말입니다. 작은 성취에 둔감해지면 어느 순간 아무것도 재미없어지더라고요.

    지속의 힘을 실생활에 어떻게 적용할까

    이 책에서 이나모리 가즈오가 제시하는 실천 방식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핵심은 하루 단위로 잘게 쪼개서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3년 후, 5년 후 계획을 세우기보다 오늘 달성하기로 한 일을 반드시 오늘 해내는 것. 그리고 어제보다 딱 1cm만 나아가는 것.

    처음엔 이게 너무 소박하다 싶었는데,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어제보다 한 가지를 개선한다'는 기준을 실제로 적용하다 보면, 흐릿하게 넘어가던 하루가 조금씩 달라지는 게 느껴집니다. 이게 쌓이면 무엇이 되는지, 이나모리 가즈오의 경우가 그 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책에는 가연성 인간·불연성 인간·자연성 인간이라는 분류가 나옵니다. 자연성 인간(自燃性 人間)이란 스스로 타올라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이는 사람입니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이 자연성 인간이 되는 것이 일에서 성과를 내는 전제 조건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솔직히 이 분류를 보고 제가 어느 쪽인지 한동안 생각해봤습니다. 좋아하는 일엔 누가 말 안 해도 밤새 하면서, 그렇지 않은 일은 최소한만 했던 제 모습이 떠올랐거든요. 그 부분이 꽤 부끄러웠습니다.

    이 책이 제안하는 실천 원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지금 맡은 일을 먼저 좋아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천직을 기다리지 말고, 지금 일을 천직으로 만든다.
    2. 하루 단위로 목표를 쪼개고, 어제보다 한 가지라도 개선한다. 3년 계획보다 오늘의 완수가 먼저다.
    3. 작은 성공에도 솔직하게 기뻐한다. 감동하는 능력이 지속의 연료가 된다.
    4. 어렵고 까다로운 환경을 성장의 기회로 해석한다. 마쓰시타 그룹의 혹독한 기준이 교세라를 글로벌 기업으로 만든 것처럼.
    5. 지시를 따르는 대신, 그 일의 중심에 들어가 리더처럼 이끈다는 자세로 임한다.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중시하는 요즘 분위기에서 이 책의 메시지는 분명 양날의 검처럼 읽힐 수 있습니다. 워라밸이란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개념으로, 과로를 미화하는 방식으로 이 책이 악용될 수도 있다는 점은 저도 경계합니다. 실제로 읽으면서 '이분 워커홀릭 아닌가' 싶은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나모리 가즈오가 말하는 핵심은 '많이 일해라'가 아니라 '지금 하는 일과 연결되어라'에 가깝다고 저는 봤습니다. 그 방향으로 읽으면 충분히 균형 잡힌 메시지가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왜 일하는가'는 어떤 분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인가요?

    A. 이직을 반복하거나 현재 하는 일이 의미없게 느껴지는 분들께 특히 도움이 됩니다. 거창한 이론보다 실제 창업과 경영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라 현실감이 있습니다. 다만 과로를 정당화하는 식으로 읽히지 않도록, 자신의 상황에 맞게 균형 있게 해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좋아하지 않는 일을 좋아하려고 노력하는 게 실제로 가능한가요?

    A. 저도 처음엔 의심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이나모리 가즈오의 접근은 감정을 억지로 바꾸는 게 아니라 일 안에서 작은 기쁨을 찾는 훈련에 가깝습니다. 하루 단위 목표를 달성했을 때 스스로를 인정해주는 것부터 시작하면, 실제로 일을 대하는 감각이 조금씩 달라진다는 걸 직접 경험했습니다.

    Q. 한 직장에 오래 다니는 것이 이직보다 무조건 낫다는 뜻인가요?

    A. 이 책이 그렇게 말하지는 않습니다. 핵심은 재직 기간이 아니라 어디서든 지금 하는 일에 몰입하는 태도입니다. 저처럼 이직을 반복해온 분이라도, 이번 자리에서 지속의 힘을 경험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직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어디를 가도 같은 패턴으로 최소한만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Q. 이나모리 가즈오의 경영 방식이 지금 시대에도 통할까요?

    A. 교세라와 KDDI의 사례는 특정 시대 배경이 있기 때문에 전부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몰입', '지속', '마음가짐'이라는 핵심 원칙은 시대와 무관하게 유효하다고 봅니다. 실제로 이 책이 2009년 출간 이후 지금까지 수백만 부 이상 팔린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제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은 딱 하나였습니다. '지금 이 일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만약 지금 하는 일이 의미 없게 느껴지신다면, 새로운 일을 찾기 전에 지금 자리에서 작은 몰입을 한 번만 시도해보시길 권합니다.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오늘 하루 한 가지만 어제보다 잘해보는 것, 그게 시작점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s2gkDaLiPe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