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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반, 삼성사에서 처음 조직 생활을 시작했을 때 저는 솔직히 '좋은 리더'가 뭔지 몰랐습니다. 그냥 일 잘하고 부지런한 사람이 리더인 줄 알았습니다. 권오현 저자의 초격차 리더십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야 그때 제가 만났던 사람들이 왜 그렇게 달랐는지 비로소 정리가 됐습니다. 리더 유형, 조직문화, 인재경영이라는 세 축으로 풀어봤습니다.
내가 처음 배운 리더 유형의 민낯
삼성사에서 일할 당시, 제가 속했던 팀에는 두 종류의 선배가 있었습니다. 한 분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항상 자리를 지키며 보고서를 직접 다 챙기는 스타일이었고, 또 한 분은 언뜻 보면 여유로워 보이는데 팀원들이 스스로 움직이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분이었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처음엔 전자가 더 믿음직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나자 결과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권오현 저자는 리더 유형을 다섯 가지로 나눕니다. 최악의 리더, 무능한 리더, 무난한 리더, 훌륭한 리더, 위대한 리더입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무난한 리더'가 실은 가장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로고스(Logos), 즉 지적 능력은 뛰어난데 그릇이 작은 리더는 내부 경쟁을 부추기고 권한 위임을 하지 않아 결국 조직원들의 성장 기회를 빼앗는다는 겁니다. 제가 당시 봤던 그 '부지런한 선배'가 딱 여기 해당했습니다. 야근을 강요하지는 않았지만, 팀원 누구도 혼자 결정을 내릴 수 없었습니다. 모든 판단이 그 분 손에서 이루어졌으니까요.
반면 위대한 리더는 누스(Nous), 즉 실천적 지혜를 갖춘 사람입니다. 누스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현장 경험을 통해 쌓인 판단력과 통찰을 뜻합니다. 권오현 저자가 20년간 유지된 조직 체계를 매트릭스(Matrix) 구조로 바꾸려 할 때 "왕조 시대도 아닌데 목숨을 빼앗기겠냐"며 결단을 내렸다는 대목에서 저는 솔직히 웃음이 났습니다. 근데 그 웃음 뒤에는 진짜 용기가 있었습니다. 리더 유형을 구분하는 건 직함이 아니라 결국 그 결단의 무게라는 걸, 그때 처음 제대로 이해했습니다.
조직문화가 만드는 초격차의 실체
초격차(超格差)란 단순히 '경쟁자보다 앞서는 것'이 아닙니다. 말 그대로 따라올 수 없는 차이, 즉 경쟁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수준의 간극을 뜻합니다. 조기 축구 동호회원과 손흥민 선수의 차이처럼요. 그 차이를 만드는 핵심이 바로 조직문화라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데이터 이코노미(Data Economy)가 핵심입니다. 데이터 이코노미란 석유나 기계 같은 유형 자산이 아닌, 데이터라는 무형 자산이 기업 가치를 결정하는 경제 구조를 말합니다. 3차 산업 시대까지는 기업끼리의 경쟁이 핵심 키워드였다면, 4차 산업 시대에는 데이터들이 모여 가치를 만들기 때문에 협력이 훨씬 중요해집니다. 스티브 잡스도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혼자' 만들어낸 게 아니라 여기저기서 모아서 집약한 것이라는 사실은,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야기인데도 조직 안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
제가 다양한 회사를 거치면서 느낀 건, 도전하고 창조하고 협력하는 조직문화는 구호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리더가 먼저 실패를 허용하고, 아이디어를 가진 막내 직원의 말을 진지하게 듣는 모습을 보여줄 때 비로소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그런 경험을 딱 두 번 해봤는데, 그 두 팀은 공통적으로 성과도 좋았고 사람들이 오래 남아있었습니다. 조직문화는 결국 리더의 행동이 만드는 것이라는 사실을 그때 몸으로 배웠습니다.
권오현 저자가 말하는 이상적인 조직문화의 핵심 요소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도전을 허용하는 문화: 실패를 처벌하지 않고 배움의 과정으로 인식하는 구조
- 권한 위임(Empowerment): 리더가 모든 결정을 독점하지 않고 구성원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공간을 주는 것
- 수평적 소통: 직급과 관계없이 좋은 아이디어가 위로 올라갈 수 있는 통로를 열어두는 것
- 협력 기반의 성과: 개인 경쟁보다 팀 전체의 시너지를 우선하는 평가 체계
이 네 가지가 동시에 작동하는 조직은 제 경험상 정말 드뭅니다. 그래서 초격차가 어려운 거겠죠. 한국연구재단 학술지 논문 검색(KCI)에서도 혁신적 조직문화와 기업 성과의 상관관계를 다룬 연구들이 꾸준히 발표되고 있을 만큼, 이 주제는 학계에서도 지속적으로 다뤄지는 핵심 영역입니다.
인재경영이 먼저인가, 시스템이 먼저인가
삼성사에서 보낸 20대 초반의 시간은 제게 큰 기준점이 됐습니다. 솔직히 그때는 그냥 열심히 버티는 게 전부였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조직이 인재를 소중히 여기는 문화를 갖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자기 계발을 위한 시간을 허용하고, 스스로 성장의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여백을 주었던 점이 그때 제 생각의 틀을 만들었습니다.
인재경영(Talent Management)이란 단순히 뛰어난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닙니다. 조직 안에서 사람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설계하고, 그 사람이 가진 잠재력이 발현되도록 구조를 만드는 것 전체를 의미합니다. 워렌 버핏이 "상속세 폐지는 2020년 올림픽 대표를 뽑는 데 2000년 메달리스트의 자녀를 뽑는 것과 같다"고 한 말은 결국 인재와 환경의 관계를 꿰뚫는 말입니다. 기업 경영은 혈통이 아닌 능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고, 동시에 아무리 잠재력 있는 사람도 제대로 된 환경이 없으면 꽃피우기 어렵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권오현 저자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 문제에서 스웨덴의 발렌베리(Wallenberg) 가문을 모범 사례로 듭니다. 발렌베리 가문은 후계자의 실력이 부족할 경우 경영을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는 원칙을 수백 년째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저도 깊이 공감합니다. 다만 저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생각합니다. 발렌베리 모델보다 지금 시대는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창업자 정신(Founder's Mentality)을 조직 전체가 공유하는 구조가 더 현실적인 초격차 모델이 아닌가 싶습니다. 창업자 정신이란 기업을 처음 세울 때의 도전 의식과 주인 의식을 조직 문화 안에 녹여 지속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빌 게이츠도, 스티브 잡스도 자식에게 회사를 물려주지 않았습니다. 그게 단순한 미덕이 아니라 데이터 이코노미 시대에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한 구조적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중견·중소기업의 상당수가 경영 승계 문제를 미래 최대 리스크로 꼽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대기업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결국 인재경영은 '누가 꼭대기에 서느냐'가 아니라 '조직 안에서 누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리더는 직함이 아니라 태도다
근로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20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그 시간 동안 저는 크고 작은 조직을 꽤 많이 겪었습니다. 그때마다 공통적으로 느낀 것이 하나 있습니다. 조직이 좋아지거나 나빠지는 건 시스템보다 사람에 달려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사람이 반드시 직급이 높은 사람일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권오현 저자도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리더와 팔로워(Follower)가 따로 없는 조직 문화를 꿈꿨다는 게 책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팔로워란 리더의 지시를 따르는 사람이라는 뜻인데, 저자는 그 경계가 허물어진 조직, 즉 막내 사원도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면 그것이 실행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문화를 원했던 겁니다.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걸 제 경험상 잘 압니다. 꼰대 문화가 단순히 개인의 성격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인 경우도 많거든요. 그래도 그 구조를 바꾸려는 시도를 포기하지 않는 것, 그게 리더십의 시작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지금 이 시점에서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지금 어떤 유형의 리더인가? 에로스(Eros), 즉 에너지와 열정만 앞세우고 있지는 않은가? 에로스란 목표를 향한 강한 욕구와 추진력을 뜻하는 말인데, 이것만으로는 조직을 오래 이끌 수 없습니다. 로고스와 누스, 즉 지식과 실천적 지혜가 함께 있어야 비로소 초격차를 만드는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걸, 이 책이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줬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초격차 리더십에서 말하는 '위대한 리더'가 되려면 타고나야 하는 건가요?
A. 권오현 저자 자신이 스스로를 "타고난 범생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처음부터 카리스마 있는 리더였던 건 아닙니다. 오랜 시간 동안 자신만의 철학과 통찰을 쌓으며 결단과 용기를 갖춘 리더로 성장했다고 말합니다. 즉, 위대한 리더는 만들어지는 것이지 태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건 꾸준한 자기 성찰과 현장 경험의 축적입니다.
Q.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조직문화는 왜 그렇게 중요한가요?
A. 3차 산업까지는 자본과 설비라는 유형 자산이 경쟁력의 핵심이었습니다. 반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데이터가 주요 자산이 되는 데이터 이코노미 구조로 바뀌었기 때문에, 창의적 아이디어와 협력이 경쟁력을 만드는 방식이 됩니다. 그 창의성과 협력은 결국 조직문화가 허용해줄 때만 나올 수 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인재도 경직된 조직 안에서는 그 역량을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Q. 소유와 경영의 분리, 우리나라 기업에서도 가능할까요?
A. 발렌베리 가문처럼 수백 년의 원칙으로 만들어진 모델을 단기간에 이식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들이 창업자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도 조직의 방향성을 유지하는 사례처럼, 창업자 정신을 시스템으로 내재화하는 방향이 현실적인 대안일 수 있습니다. 결국 핵심은 '누가 오너냐'보다 '조직이 어떤 원칙으로 움직이느냐'입니다.
Q. 직급이 낮은 직원도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나요?
A. 권오현 저자가 가장 강조한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이 지점입니다. 리더와 팔로워의 경계가 없는 조직, 즉 막내라도 좋은 아이디어와 실행 의지가 있다면 그것이 조직 안에서 실현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제 경험으로도 팀 분위기를 바꾼 건 팀장이 아니라 소통 방식을 먼저 바꾼 막내였던 경우가 있었습니다. 직함이 아니라 태도가 리더를 만듭니다.
결국 이 책이 남긴 질문은 단순합니다. 나는 지금 어떤 리더인가, 그리고 내 주변 조직은 도전과 협력이 가능한 구조인가. 20년 가까이 여러 조직을 거치면서 저도 아직 그 답을 완성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분명한 건, 스스로를 리더로 생각하는 순간부터 태도가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그 결심을 다시 한번 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