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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 취직한 사람이 시골 방앗간 주인보다 더 오래 살아남는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솔직히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주변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AI가 재편하고 있는 이 시대의 먹거리 구조는 우리 부모 세대가 걸어온 1인 상업의 길과 놀랍도록 닮아 있었습니다.
취업 시대의 끝, 다시 찾아온 1인 상업
60~70년대 우리나라 읍내를 떠올려 보면, 양장점, 철물점, 쌀집, 솜틀집이 나란히 붙어 있었습니다. 그 가게들은 모두 1인 상업(one-person commerce), 즉 개인이 기획·생산·판매·고객 관리까지 혼자 도맡는 구조였습니다.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그 시대는 막을 내렸고, 부모 세대는 자녀에게 "제발 장사는 하지 마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기업에 취직해서 월급을 받는 취업 시대를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분위기가 이상합니다. 다크 팩토리(dark factory)란 말이 있습니다. 조명도 필요 없을 만큼 로봇과 AI만으로 돌아가는 무인 공장을 뜻하는 개념입니다. 실제로 한국생산성본부 자료에 따르면 제조업 현장의 자동화율은 해마다 빠르게 올라가고 있으며, 단순 반복 업무부터 중간 관리직까지 AI가 대체하는 속도가 당초 예측을 앞지르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생산성본부). 인원은 줄어들지만 생산량은 유지됩니다. 그 빈자리를 채우는 건 사람이 아니라 AI 직원입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마케팅 기획안 초안을 ChatGPT 계열 도구에 맡겼을 때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실무 수준의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카피라이터, 디자이너, 기획자가 각각 필요했을 작업이 혼자서도 가능해졌다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회사가 사람을 왜 많이 뽑겠어?"
취업 시대가 영원할 거라 믿었던 전제가 흔들리고 있는 지금, 변화가 개인에게 도달하는 속도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수기 행정 시대에는 산업 구조의 변화가 개인에게 닿는 데 20년이 걸렸고, 이메일과 컴퓨터 시대에는 10년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AI는 그 100분의 1도 안 걸린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저는 그 말이 과장이 아니라고 봅니다. 주변에서 이미 체감하고 있으니까요.
디지털상권을 상권으로 보는 시각, 저는 이쪽입니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스레드(Threads), 틱톡, 블로그. 많은 분들이 이걸 SNS, 즉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생각하시는데, 저는 이걸 디지털 상권(digital commercial district)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디지털 상권이란 단순한 소통 공간이 아니라 실제로 신뢰를 쌓고, 물건이나 서비스를 팔고, 수익을 창출하는 온라인 상업 지대를 뜻합니다. 이 관점으로 보면 각 플랫폼의 성격이 완전히 달리 읽힙니다.
각 플랫폼의 특성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인스타그램: 이미지와 라이프스타일 중심의 번화가. 취향을 보여주기에 유리하고 팔로워와의 감정적 연결이 빠릅니다.
- 유튜브: 설명과 신뢰 축적에 강한 대형 매장. 긴 시간 노출되는 만큼 전문성이 쌓이는 속도도 빠릅니다.
- 스레드: 최근 급부상한 신도시형 플랫폼. AI, 테크 분야 종사자들이 밀집해 있어 최신 정보 흐름을 잡기 좋습니다.
- 블로그: 검색 기반의 전문 상점. 긴 글로 깊이 있는 정보를 원하는 독자층이 꾸준히 유입됩니다.
- 틱톡: 속도가 핵심인 젊은 상권. 짧고 강렬한 콘텐츠로 초기 노출을 빠르게 늘릴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내가 어느 상권에 '있느냐'입니다. 오프라인에 가게를 차려놓아도 네이버에 등록되지 않으면 없는 가게나 다름없듯이, 디지털 세계에서 존재감이 없으면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습니다. 브랜딩(branding)이란 단순히 로고나 색상을 만드는 게 아니라 특정 분야에서 나라는 존재를 지속적으로 드러내고 신뢰를 쌓는 과정입니다. 먼저 상권에 들어가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팔로워 1,000~2,000명을 확보한 뒤에 판매 채널을 여는 것이 순서라고 저는 봅니다. 반대로 하면 오프라인 가게를 차려놓고 손님 없이 1년을 버티는 것과 같습니다.
실제로 주변에서 인터넷 건물주라 부를 만한 사람들을 보면, 단 하나의 플랫폼에 머물지 않고 여러 채널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수익 구조를 다각화하고 있었습니다. 오프라인 월세 개념을 훌쩍 넘는 수입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제 경험상 꽤 있습니다. 이게 운이 아니라 구조를 이해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AI를 마케팅 팀장으로 쓰되, 술 취한 삼촌은 만들지 마세요
AI 리터러시(AI literacy)라는 말이 있습니다. AI가 무엇인지,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디에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이해하고 실제로 써먹는 역량을 뜻합니다. 지금은 전 세계가 사실상 AI 1학년입니다. 상용화된 지 2~3년 남짓이라 아무도 완전히 안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지금 시작해도 절대 늦지 않다는 의견에 저도 동의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AI를 잘 쓰는 사람과 못 쓰는 사람의 차이는 도구 숙련도가 아니라 질문 방식에 있었습니다. AI에게 "이 사업 아이디어 어때?"라고만 물으면 원하는 대답만 돌아옵니다. 그런데 "이 사업의 리스크를 냉정하게 분석해줘", "내가 놓치고 있는 치명적인 약점이 뭔지 말해줘"라고 물으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AI를 내 비위를 맞춰주는 용도로 쓰면 결국 서로 술에 취한 상태로 계획을 세우는 것과 같습니다. 그 결과는 실패입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prompt engineering)이란 AI에게 원하는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질문과 지시를 정교하게 설계하는 기술입니다. 이 역량이 3~6개월 집중 학습으로도 충분히 실무에 쓸 수 있는 수준에 도달 가능하다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출처: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저는 AI를 마케팅 팀장처럼 부리되, 그 팀장이 내 말에 무조건 동의하는 예스맨이 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핵심이라고 봅니다.
또 한 가지 놓치기 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디지털 상권에서 상인으로 활동하다 보면 반드시 치르게 되는 세금이 있습니다. 뭔가를 팔거나 콘텐츠를 올리다 보면 악성 댓글, 오해, 불필요한 시비가 따라오기도 합니다. 이걸 피하려고 아무것도 안 하면 돈도 못 법니다. 그 마찰을 감수하고 계속 알짱거리면서 나아가는 사람이 결국 살아남는다는 걸, 저는 주변에서 충분히 목격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40대가 지금 디지털 상권에 뛰어드는 게 너무 늦은 건 아닌가요?
A. 늦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지금이 타이밍이라고 봅니다. AI 도구가 1인이 감당하기 어려웠던 콘텐츠 제작, 마케팅, 고객 응대를 상당 부분 대신해주기 때문입니다. 40대의 경험과 지식이 콘텐츠 자산이 될 수 있고, 처음부터 큰 수익을 기대하기보다 3~5년 단위로 가게를 단단하게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게 현실적입니다.
Q. 어떤 플랫폼부터 시작하는 게 좋나요?
A. 플랫폼 선택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자신의 콘텐츠 성향을 먼저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봅니다. 글로 깊이 설명하는 게 편하다면 블로그나 유튜브, 짧고 감각적인 이미지를 좋아한다면 인스타그램이 맞습니다. 하나에 집중해서 팔로워 기반을 쌓은 뒤 확장하는 방식이 공황장애 없이 오래 갈 수 있는 길입니다.
Q. AI를 활용한 1인 사업, 실제로 수익이 나는 구조인가요?
A. 첫 달부터 수익을 기대하면 안 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처음엔 PPL 화장품 협찬 10만 원짜리로 시작하는 게 맞는 과정입니다. 그게 1~2년 쌓이면 팔로워 신뢰가 생기고, 신뢰가 판매 전환율(conversion rate)로 이어집니다. 판매 전환율이란 콘텐츠를 본 사람 중 실제로 구매까지 이어지는 비율을 뜻하는데, 이 수치가 높아지면 소규모 쇼핑몰로도 충분한 수익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Q. AI에게 사업 계획 전체를 맡겨도 되나요?
A. 저는 절대 그렇게 하지 말라고 권합니다. AI는 내가 원하는 대답을 주는 방향으로 반응하는 경향이 있어서, 비판적인 질문을 직접 설계해서 던지지 않으면 리스크를 제대로 짚어주지 않습니다. 사업의 뼈대와 판단은 사람이 하고, AI는 그것을 실행하고 검증하는 조수로 쓰는 것이 바람직한 구조입니다.
결국 먹고사는 방법은 시대마다 바뀌었습니다. 장사 시대에서 취업 시대로, 이제 다시 AI와 함께하는 1인 상업 시대로 흐름이 옮겨가고 있는 건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지금 당장 모든 걸 바꿀 필요는 없지만, 디지털 상권 안에 발 하나는 걸쳐두는 연습을 시작하는 것이 10년 후를 준비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떤 플랫폼이든 오늘 계정 하나 만드는 것, 그게 첫걸음입니다.